책 스파이와 배신자 후기
흥미로운 영국 소련 이중 간첩 실화
뛰어난 작가 벤 매킨타이어에 의해 되살아난 올레크 고르디옙스키의 실화.여기저기에서 추천을 굉장히 많이 하길래 읽어 보고 싶었는데 밀리의 서재에 있기는 하였으나 눈이 아파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500페이지가 넘기는 하지만 중간에 사진들이 많아서 그런지 500 페이지 정도로 보면 된다. 요즘 들어 두꺼운 책은 잘 안 읽게 되는데 남은 페이지가 줄어 드는 게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으니 그런 걱정은 넣어 두는 게 좋다.
올레크 고르디옙스키는 서구권에서는 전설로 회자되는 이중 스파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이 정도로 전세계적인 정세에 영향을 미친 스파이도 없을 테고 고위급 스파이 중에서 이만큼이나 돈이나 다른 목적 없이 순수하게 사상적인 의도로 간첩이 된 사람도 없을 테다. 영국인 작가여서 그런지 영국 입장에서 씌여지긴 하였고 올레크 고르디옙스키에 대한 미화가 아주 없다고 보긴 어려우나 자각 벤 매킨타이어는 이 입지전적인 위대한 간첩을 감질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후반부에 고르디옙스키가 소련을 탈출하는 핌리코 작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어쩌다 보니 밤마다 이 책을 손에 잡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거의 새벽 한 시가 다 되어 갔음에도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려웠고 고르디옙스키가 소련에서 영국으로 무사히 탈출하는 걸 보고 나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그 시각이 무려 새벽 4시였다.
재미로 따진다고 해도 대단할 정도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지만 생각해 보면 올레크 고르디옙스키의 인생도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나 KGB를 들어가게 되었고 외국으로 나와 영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긴장된 상태로 보냈을 텐데 KGB의 문화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는 생각해 본다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을 거라는 건 쉽게 짐작 가능하다.
물론 고르디옙스키가 탈출하고 나서 소련이 곧 무너지긴 하였으나 그래도 이를 통해 당시 소련이 얼마나 허술하게 돌아 갔는지가 대충 보이긴 한다. 물론 첩보 기관이라는 게 항상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은 절대 아니고 미국의 CIA나 영국의 MI6 그리고 MI5나 허술하게 돌아가는 건 매한가지이긴 하지만 소련은 아예 기본부터 제대로 작동하질 않았다.
소련이 나름 잘 작동하는 체제였다면 올레크 고르디옙스키같은 배신자가 나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도 않았을 거라고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소련이 무너진 원인을 여러 군데에서 찾아볼 수 있고 하나의 원인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우나 KGB 대원조차 배신하게 만들 만큼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많았다는 게 그나마 타당한 이유라고 본다.
물론 미국이나 영국의 자본주의 그리고 민주주의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사람이 상대적으로 살 만한 시스템이기에 아직까지도 유지가 되는 거 아닐까. 애초에 시스템 자체가 완벽하기가 불가능하며 환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기에 더 그러한데 이로 인해 고르디옙스키 역시 돈이나 명예 보다는 오로지 본인의 의지로 영국에게 중요 정보를 넘겼다는 걸 생각해 보면 사람의 자유 의지는 아무리 권력과 감시로 억누르려고 해도 참 쉽지가 않다 싶다.
물론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소련을 위해 간첩으로 일하는 스파이들이 있긴 하였으나 대부분은 돈이나 유혹에 넘어가서 그렇게 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노동 운동을 하는 좌파 정치인들이 소련의 돈을 받은 걸 유명한 사실이다. 원래 노동 운동이 돈이 많이 들어가는지라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단순하게 그런 식으로 합리화를 하기는 불가능하다.
막말로 우리 나라 현대 자동차 노조가 북한의 자금을 받는다면 과연 우리 나라 국민들은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본인이 쓴 전기는 아니지만 이 책에 묘사된 고르디옙스키는 누가 봐도 명석한 사람이긴 하다. 암기 능력이 완벽할 정도로 좋았던 데다가 스파이 훈련도 제대로 받은 사람이어서 그야말로 제임스 본드 같은 인물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 편력이 심하다거나 돈에 환장한 사람도 아니었기에 아마 지금까지도 회자되면서 모두의 존경을 받는 거 아닐까.
특히 이 분의 노력으로 냉전 체제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는 건 역사적인 사실이기에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큰 공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히 이 점은 극찬을 받아 마땅하다. 당시 소련과 영국 그리고 미국은 제대로 된 대화조차 없었는데 당시 소련 고위층들의 분위기를 빠르게 전달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서 소련을 탈출하면서 부인과 자녀와는 헤어지게 되었고 결국 6년이나 지나서 부인과 아이들을 영국으로 데리고 오긴 하지만 결국 이혼을 했다고 전해진다. 자녀들은 지금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전 부인은 영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당연히 고르디옙스키는 아직도 영국 정보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지금도 소련 체제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모습이다.
겉으로는 개방을 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푸틴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걸 보면 나라의 시스템이라는 게 한 번 무너졌다고 해서 쉽게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다시금 꺠닫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 나라도 박근혜 정부를 탄핵하면서 어느 정도 물갈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윤석열 정부 보면 아직도 친일파들이 국가를 지배하고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책 자체가 무척이나 재미있고 묘사가 생생하고 당시 소련과 영국의 정치 분위기도 읽을 수 있기에 나처럼 스파이 관련 드라마나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달콤한 디저트같은 책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영국에서 발간된 해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을 만큼 대중성도 확보한 책이니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조만간 드라마로도 만들어지면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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