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선 여름마다 강에서 사람이 사라진다
제이콥의 시골 요람기
해마다 시골에서는 강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거짓말하고 있네.
라고 말해도 상관없다.
사실이 그러하다.
나는 1990년대를 시골에서 보냈다.
아주 어린 시절이었기에 내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으나 누군가 죽었다는 이야기는 어린 나이임에도 쉽게 잊히지가 않는다. 그리고 시골에서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선가 얼굴을 봤거나 아니면 내가 아는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만큼 시골은 사회망 자체가 좁다.
실제로 내가 경험한 죽음의 절반 이상은 다 내가 어디선가 얼굴을 본 사람들이었다.
특히 여름철에는 누가 한 명이 익사 사고로 꼭 죽어 나가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잊히지 않았던 죽음이 하나 있다. 실제로 죽어 버린 사람이 나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닌 선배였는데 그 선배의 동생이 나와 같은 반에 속해있었다.
시골의 특징이라면 한 다리만 건너도 모두가 어느 정도는 연결이 되어 있다. 그 당시에는 도시도 그러했다고 하던데 문을 잠그지도 않고 생활하던 시골은 이웃 간의 벽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나는 변을 당한 친구와 친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친구는 학습 능력이 저조한 편이어서 체육 시간이나 미술 시간을 제외하면 특수 교육이라고 해서 다른 비슷한 아이들과 함께 학교 내의 다른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이랄까.
그 친구보다 나이가 많고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형은 외모도 훤칠하고 멋있는 데다가 머리도 좋아서 선생님들의 총애는 물론 인기도 많았다. 특히 자신의 동생이 다른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는지 항상 신경을 썼는데 그 모습이 어린 나에게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외모는 분명 비슷한데 아예 다른 차원의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저 정도로 어른스러운 아이가 지금 생각해 보면 고작 10살이 겨우 넘은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족한 동생을 부모처럼 보호해주는 걸 보면서 그 친구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마디로 멋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소년이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들려온 건 여름 방학이 지나고 오랜만에 돌아온 부산스러운 학교에서였다. 당시에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연락을 하는 걸 제외하면 소식을 들을 길이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방학 동안에는 친한 친구들이 아니라면 소식을 알기가 어려웠다.
개학하고 나서야 아이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그 친구의 형이 익사를 했다
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에 듣고는 믿기 어려웠다.
어린 마음에도 너무 충격이었어서 그게 사실인지 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세히 물어보니 여름 방학을 맞이해서 그 친구와 형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계곡에 물놀이를 하러 갔었고 친구가 물에 빠지자 형이 친구를 구하고 자신은 힘이 빠진 상태 그대로 익사를 했다는 거였다.
장마 후인지 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계곡물도 상당히 깊은 경우가 많아서 의외로 익사 사고가 많은데 아무래도 형은 앞뒤 거릴 거 없이 동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 들었고 결국 동생을 구하긴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자신을 구하지는 못 했다.
사실 동네 어르신들은 머리 좋고 인물 좋은 형이 부족한 동생을 구하다가 죽은 걸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사실 나도 머릿 속으로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싶었다. 더군다나 지능이 낮은 동생은 사실 이 현실을 제대로 받아 들이지도 못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건 누가 봐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특히 명석한 형이 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을 구하려다 죽어 버린 게 더 끔찍한 현실이었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내가 부모라면 차라리 동생이 죽어 버리는 게 더 결론적으로는 좋은 결말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현실적으로 동생은 분명히 나이가 먹어서도 일반적인 어른으로 자라기 어려울 텐데 죽을 때까지 부모가 동생을 돌보는 건 그야말로 고된 일이다.
그 와중에 누구보다 똑똑한 형이 갑자기 죽어 버렸으니 그 집안의 분위기가 당시 어떠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냉소적인 나는 그 어린 시절에도 형이 참 아깝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무슨 거짓말같은 일인가.
그런데 의외로 시골에서는 여름 철마다 이런 식으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보통 물놀이를 가는 건 여자보다 남자 아이들이었기에 남자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특히 장마 이후 불어난 물을 감당하지 못 해서 죽어 버린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나마 이 사건은 내가 아는 사람이어서 기억에 남았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죽음까지 합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당시에도 여름 물놀이를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특히나 여기저기에 수영금지 표지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크게 개의치 않고 다들 위험한 강에서 수영을 하고는 했다.
당시를 생각해 보면 강 자체가 위험하다기 보다는 공사를 한다고 강 속의 모래를 특수 차량들이 헤집어 놓으면서 강을 더 위험하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강은 유속을 예측하기 어렵기에 원래도 수영을 하면 안 되는 곳이긴 하다.
오히려 바다보다 강이 더 위험할 때도 있다.
요즘은 무모하게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없기는 한데 그 당시에는 그렇게 매년 누군가 죽어 나가도 끊임없이 아이들과 어른들이 가서 수영을 했던 걸 생각해 보면 다들 참 안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구나 싶다.
나는 몸에 물이 닿는 걸 싫어하고 아주 어린 시절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익사를 할 뻔한 적이 있어 놔서 마을 주변을 흐르는 강에서는 수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가끔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놀러 가서 가만히 보면 강물이 무언가 죽음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즐거운 추억은 전혀 아니지만 그 시절에는 참 왜 그렇게 무모했는지 지금도 조금 의문이긴 하다.
그리고 항상 쉬는 시간마다 동생을 챙기러 오는 그 멋진 형의 얼굴도 어슴프레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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